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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송 및 구제, 법·정책 연구, 교육과 연대를 통하여 인권을 옹호하고 실절적인 변화를 이끌어냅니다.

국가폭력의 희생자와 시민들에게 국가가 더 이상 스스로를 피해자로 주장하지 않기를 바라며

서선영 변호사

손해배상 책임에는 채무불이행 책임과 불법행위 책임이 있다전자는 계약관계에서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채무자가 채권자에게 책임을 지는 것이다후자는 그런 계약 관계 없이 타인에게 위법행위를 한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해야 하는 것이다후자인 불법행위 책임은 민법 제750조에서 규정하고 있다(“고의 또는 과실로 인한 위법행위로 타인에게 손해를 가한 자는 그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

한번만 더 반복해서 말하면 불법행위 손해배상은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손해를 배상하라고 청구하는 것이다그런데 언제부터인가 국가(대한민국)가 스스로 피해자임을 주장하며 시민들을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집회 참가자와 주최자들을 상대로 한 소송이다.

백남기 농민을 물대포로 조준사격하고 결국 죽음에 이르게 한 2015년 민중총궐기의 대한민국세월호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시민들과 유족들을 차벽으로 둘러쌌던 2015년 세월호 집회에서의 대한민국지상보다 하늘이 더 가까운 85호 크레인에서 수백일을 버티던 김진숙 위원을 만나러 간 사람들에게 최루액을 쏘아댄 2011년 희망버스 집회의 대한민국헬기와 불법무기들로 노동자들을 집단 구타하던 2009년 쌍용차 진압현장에서의 대한민국매일 수천에서 수만명이 참가하던 집회 참가자들을 군홧발로 밟고 곤봉으로 내려쳤던 2008년 촛불집회의 대한민국이 대한민국이 이들 집회의 주최자와 참가자들을 상대로 국가가 피해자라며 수천에서 수억에 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기교적으로 악용하는 대표적 사례를 든다면이런 손해배상 소송을 들고 싶다집회는 모두 그 시기의 국민의 저항을 목소리를 담고 있었다이슈에 대한 찬반을 떠나 정치체의 문제가 거리에서 쏟아져나온 것이 이런 집회이다정부와 집회측과의 관계는 단순히 사적 개인들간의 관계가 아니라 기본권 수범자와 기본권 주체와의 관계이다집회라는 것이 바로 민주주의의 작동 과정이다.

그런데 주권자인 국민으로부터 위임된 권력을 행사하는 국가가 국민에 대해 순수한 타인이 되어 소송을 제기하고 있다국가라는 정치체의 책임과 맞지 않다집회라는 것은 민주주의의 불가결한 요소인데이런 소송은 민주주의 사회의 본질인 갈등을 불온시하고 발생하는 모든 문제를 국민의 책임으로 전가하는 것이다또한 소송을 제기하는 순간 원고피고의 틀로 문제가 구조화되기 때문에 물대포를 쏘고 차벽으로 막아서며 곤봉을 휘둘렀던 경찰이 마치 무력한 개인이었던 것처럼 피해자화하는 착시현상도 만들어진다잘못된 도구를 이용해서 실체를 왜곡하는 것이고 그 실질적 목적은 피해배상이 아니라 엄포이며 괴롭힘이다나쁜 소송이다.

이 글을 쓰고 있던 중에 경찰 개혁위원회가 집회‧시위 관련 손해발생시 국가원고 소송 제기기준’ 등에 대한 권고를 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이에 대해 경찰청은 권고내용에 부합하게 진행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정부가 하루빨리 소송을 취하하기를 바란다쌍용차 해고자들세월호 유가족들촛불집회에서 국가폭력을 마주해야 했던 사람들에게 더 이상 국가가 고통을 지속시켜서는 안되지 않겠는가.

※ 지난 5월 2일 경찰청 앞에서는 세월호 집회에 대한 경찰의 손해배상 소송을 규탄하는 집회가 열렸고 희망법도 함께 했습니다.
※ 희망법은 2015년 4월과 5월의 세월호 집회, 2011년 희망버스 집회, 2008년 촛불집회에서 경찰(대한민국)이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고측을 대리하고 있습니다(공동대리인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