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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삼성전자 불산 누출 사건 특별감독보고서 등 정보공개 판결 확정에 대한 논평

2013년 1월 발생한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불산 누출 사건에 대한 고용노동부의 특별감독보고서 등을 대부분 공개하라는 법원의 판결이 확정되었다. 10월 13일 서울고법 제10행정부(재판장 김흥준)는 삼성전자 노동자 및 인근 주민, 관련 활동가들이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장을 상대로 낸 정보공개거부처분취소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 이 판결은 피고가 상고하지 않아 10월 31일자로 확정되었다. 우리는 이번 판결이 유독가스 누출 사고까지 발생한 사업장의 유해화학물질 관련 정보조차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노동자와 인근 주민들의 건강권을 무시해 온 정부와 삼성전자에 대한 법원의 엄중한 경고라고 평가하며 환영한다.

 

2013년 1월 삼성전자 화성사업장 내 반도체 생산라인에서 유독가스인 불산이 누출되어 하청업체(협력업체) 노동자 1명이 사망하고 4명이 부상을 입는 중대 재해가 발생했다. 고용노동부는 화성사업장에 대한 특별감독을 실시해 삼성전자 1934건, 하청업체 70건 등 총 2004건의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사실을 적발했고, 또한 화성·기흥사업장에 대해 한국산업안전보건공단의 안전보건진단을 받을 것을 명했다. 원고들은 이러한 특별감독과 안전보건진단의 결과에 대한 정보공개청구를 했지만, 중부지방고용노동청 경기지청(해당 사업장 관할 지청)이 감독·검사 업무의 공정한 수행에 지장을 초래하고 경영·영업상 비밀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거부하자, 2015년 8월 소송을 제기하였다.

 

2013년 8월 고용노동부 발표에 따르면 화성사업장은 유해화학물질을 취급하는 화학물질 중앙공급실 등에 독성물질을 안전하게 회수할 수 있는 배기시설을 설치하지 않아 유해화학물질 누출시 인명피해 발생 우려가 크고, 일부 장소에서는 유해물질로부터 노동자를 보호하는 보호구를 지급·사용하는 데도 소홀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특별감독보고서에는 안전보건교육 실태, 안전상의 조치 등과 함께 세부적인 법 위반 사항이 총 895항목에 걸쳐 △점검장소와 대상 △위반내용 △과태료액수 △위반조문 등으로 나열되어 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산업안전보건법 규정에 따라) 정부기관이 공식적으로 작성한 문서이므로, 고용노동부가 제대로 특별감독을 실시하였는지, 그에 관한 문제점을 정확히 지적하였는지, 보완대책은 철저히 수립하였는지 등에 관한 정보가 공개됨으로써 … 행정을 투명하게 감시할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한편, 화성·기흥사업장의 안전보건관리 실태 및 그 문제점에 관한 정보가 포함되어 있는 안전보건진단보고서에 대해 재판부는 설비 제조사, 라인 배치도 등 공개될 경우 경쟁업체들이 삼성전자의 경영상 이익을 침해할 우려가 있는 정보를 제외한 나머지에 대해서는 공개하라고 판결했다. 1심에서는 안전보건진단보고서의 ‘진단총평’(하청업체 부분은 제외)만 공개 대상으로 한 것에 비해 공개 범위를 대폭 넓힌 것이다. 또한 ‘진단총평’ 부분에 대해 재판부는 “정보를 비공개함으로써 보호되는 삼성전자의 이익에 비하여 원고들의 알 권리 충족, 근로자 또는 지역주민의 건강·안전의 보호라는 공익이 더 크다”고 못박았다. 특히 안전보건진단보고서에 담긴 하청업체가 취급하는 유해위험물질의 종류 등에 대해 재판부는 “협력업체에서 화성·기흥사업장의 안전·보건관련 사항을 어떻게 관리하는가 하는 문제는 근로자들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과 직접 관련이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재판부는 삼성전자가 배관 및 덕트 유지보수 공사를 담당한 업체와는 계약 체결 사실 자체를 포함하여 일체의 정보를 비밀로 하기로 하는 비밀유지계약을 체결하기도 했으나, 불산 누출 사건이 배관의 유지관리와 일정한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국민의 알권리가 삼성전자의 경영·영업상 이익을 앞선다고 판단했다.

 

그동안 삼성전자 직업병 관련 산재 소송에서 정부와 회사가 위 보고서들을 영업비밀이라는 핑계로 은폐함에 따라, 노동자들은 업무와 질병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하는데 큰 어려움을 겪어왔다. 위 보고서들은 고용노동부가 삼성전자 △화성(반도체) △기흥(반도체) △아산(LCD) △온양(반도체) 사업장에 대해 처음으로 실시한 특별감독 및 안전보건 진단의 결과다. 산재 소송을 제기한 피해자들이 근무할 당시에는 그러한 진단이 실시된바 없었으므로, 이번 판결에서 문제가 된 보고서들은 이들의 업무환경을 간접적으로 추단할 수 있는 매우 중요하고도 유일한 자료에 해당했다. 때문에 피해자들은 지금까지 6건의 산재소송에서 14차례나 위 보고서들에 대한 증거조사를 신청하였고, 법원도 그 필요성을 인정해 이를 모두 인용하였으나, 삼성전자와 고용노동부는 영업비밀이라는 이유로 13차례나 보고서 제출을 거부했다.

 

고용노동부는 삼성전자 LCD 공장 희귀질환 피해자인 이아무개씨의 소송에서 처음으로 보고서(아산사업장 보고서)를 제출했는데, 삼성전자의 영업비밀 주장 부분이 모두 삭제된 반쪽짜리 보고서에 불과했다. 심지어 이 보고서는 삼성전자에 의해 상당부분 변조되었다는 사실이 이후 국정감사 과정에서 발각되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이씨는 1심과 2심에서 패소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지난 8월, 삼성전자와 고용노동부가 이 보고서의 공개를 거부함에 따라 이씨가 자신에게 해악을 끼친 유해물질의 종류나 노출 정도를 증명하는 것이 곤란해졌으므로 이를 이씨에게 유리한 간접사실로 고려할 수 있다며, 원고 승소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했다(대법원 2017. 8. 29. 선고 2015두3867 판결).

 

또한 서울고등법원 제2행정부(재판장 김용석)가 2017년 5월 선고한 삼성반도체 공장 희귀질환 판결에도 이 사건 보고서(기흥사업장 안전보건 진단 보고서) 내용이 인용되었다. 보고서 내용 중 “안전교육이 형식적으로 이루어져 안전보건 담당자조차 공정 안전관리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고, … 유해가스를 실외로 배출시키는 설비가 없으며, 유해물질에 단기간 고농도로 노출될 수 있는 작업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되어 있지 않다”는 부분을 직접 인용하며, “당시 삼성전자가 영업비밀 등을 이유로 유해물질 누출관리시스템 평가에 필요한 자료를 제출하지 않았던 사정까지 고려해 보면, 위에서 진단된 것 이상의 문제점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서울고법 2017. 5. 26. 선고 2015누71398 판결).

 

이 밖에도 기흥사업장 안전보건 진단보고서에는 △작업자에게 취급 물질의 위험성에 대한 고지나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물질의 성분을 영업비밀로 분류한 경우가 너무 많으며 △영업비밀로 보호될 수 없는 독성 물질도 영업비밀로 분류했다는 점 등이 지적됐다. 뿐만 아니라 “진단시 관련 서류를 요청하였으나 상당수의 자료가 지연되어 전달되거나 전달받지 못함에 따라 한정된 내용의 자료를 바탕으로 진단을 수행하였으며, 제한된 기간내에 진단을 수행할 수 밖에 없는 실정에서 진단을 통한 정확한 문제점 파악과 개선사항 도출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하여, 진단기관이 찾아내지 못한 문제가 더 있을 수 있음을 암시했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은 고 황유미씨가 고등학교 3학년 때인 2003년 10월 입사했다가 1년 8개월 만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 진단을 받은 곳이다. 반올림 집계에 따르면, 황씨가 스물세 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난 2007년 이후 10년간, 삼성 반도체/LCD 부문에서 236명의 노동자가 백혈병, 뇌종양 등에 걸렸고 그 중 80명이 세상을 떠났다.

 

유해화학물질을 다루는 노동자가 해당 물질과 안전에 관한 정보에 접근할 수 없으면 질병과 사고에 쉽게 노출될 수밖에 없다. 작업 중 화재나 폭발, 누출 사고가 발생하면 인근 주민이 막대한 피해를 입는다. 정보공개법이 기업의 영업비밀을 보호하면서도 “사업활동에 의하여 발생하는 위해로부터 사람의 생명·신체 또는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공개할 필요가 있는 정보”는 공개하도록 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부와 삼성전자는 이번 판결의 취지에 따라 유해화학물질 등 사업장 안전보건자료에 대한 알권리 보장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2017116

 

공익인권변호사모임 희망을만드는법, 반도체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지킴이 반올림’, 천주교인권위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