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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각장애인이나 청각장애인은 어떻게 영화를 볼까요?

글 : 김재왕 변호사

 

이번에 추석 연휴가 많이 길었습니다. TV에서 하는 추석특선영화도 여러 편 보았습니다. 요즘은 개봉한 지 얼마 안 된 최신 영화도 TV를 통해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이번에 ‘밀정’, ‘부산행’, ‘터널’, ‘마스터’ 등 영화관에서 볼 수 없었던 한국영화를 꽤 보았습니다.

영화를 보면서 제가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어떻게 된 거야?”입니다. 일본인 순경이 의열단원을 추격하는 장면, 주인공이 좀비들과 싸우는 장면, 무너진 터널에서 주인공이 움직이는 장면 등은 소리로 들어서는 알 수 없습니다. 이렇게 알 수 없는 장면이 나오면 영화를 같이 보는 사람에게 묻곤 합니다. 그 사람이 설명해 주면 그나마 영화 내용을 이해할 수 있습니다.

시각장애인에게 소리로 전달할 수 없는 내용을 설명하는 것을 화면해설이라고 합니다. 화면해설이 있으면 저 같은 시각장애인도 다른 사람에게 묻지 않고 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또 영화를 보기 어려운 사람들로 청각장애인이 있습니다. 청각장애인들은 대사나 소리 등을 표현한 자막이 있어야 영화를 볼 수 있습니다. 시·청각장애인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화면해설과 자막을 제공하는 영화를 무장애 영화, 배리어프리 영화라고 합니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3대 영화관에서는 한 달에 한 편 정도 무장애 영화를 상영하고 있습니다. 화면해설이 스피커로 나오고 화면에 자막이 있다 보니 장애가 없는 사람들은 무장애 영화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영화관에서는 시간과 극장을 정해서 무장애 영화를 상영하고 있는데, 대부분은 관객들이 많이 찾지 않는 시간대입니다. 그러다 보니 많은 시·청각장애인이
영화관에서 원하는 영화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저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각장애인을 위한 화면해설, 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 제공 보조기술을 적용한 장비를 착용하고 영화를 관람하고 있다.

시·청각장애인이 원하는 영화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극장에서 보는 것이 불가능할까요? 보조기기가 발전하면서 몇몇 나라에서는 이를 실현하고 있습니다. 한 가지 방법은 스마트안경입니다. 자막이 없는 일반 영화가 상영되면서 장면에 맞추어 이 안경에 자막이 나옵니다. 청각장애인은 이 안경을 쓰면 일반 영화를 자막과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자막은 영화관의 스크린에 맺힌 것처럼 보여서 불편함이 적습니다. 또한 자막은 안경에만 나오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이 영화를 보는 데에 아무런 방해를 주지 않습니다. 시각장애인들은 이 안경에 이어폰을 꽂아 화면해설을 들을 수 있습니다. 놀라운 세상입니다.

휴대폰 앱을 활용한 방법도 있습니다. 영화가 시작하고 휴대폰 앱을 실행시키면, 휴대폰에서 장면에 맞추어 자막이 나오거나 화면해설이 나오는 방식입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이 방법을 이용해 무장애 영화를 상영해 오고 있습니다. 이 방법은 영화관 뿐만 아니라 DVD나 TV를 볼 때도 사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습니다.

희망법은 다른 장애인 단체들과 함께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를 상대로 시·청각장애인이 화면해설과 자막이 있는 영화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극장에서 볼 수 있도록 편의를 제공하라는 소송을 하고 있습니다. 지난 10월 13일에는 작은 영화관에서 실제로 이런 보조기기를 활용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검증기일을 진행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시·청각장애인과 기자들이 보조기기를 사용해 보는 시연회를 하였습니다. 대부분 발전한 기술이 도입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이런 보조기기가 도입된다면 시·청각장애인이 지금보다 자주 영화관을 찾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비록 소송중이지만 상대방 영화관들이 보조기기 도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기를 기대합니다. 하지만 보조기기 도입만으로 다 된 것은 아닙니다. 제작사나 배급사가 보조기기에서 활용할 수 있는 화면해설과 자막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희망법은 앞으로 시·청각장애인이 원하는 영화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극장에서 볼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것입니다.

모두 관심 가지고 지켜봐 주십시오.

 

화면해설과 자막 제공 보조기술 시연회 후 대담을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