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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후기] 대만 워크숍 ‘동아시아의 LGBTQ 운동과 보수세력’ 참가기

글  박한희 변호사

 

지난 10월 27일 대만 타이페이시에서 열린 <동아시아의 LGBTQ 운동과 보수세력>에 발제자로 초청을 받아 참가하였습니다. 대만의 성소수자 인권단체 ‘통츠 핫라인(台灣同志諮詢熱線協會)’의 주관한 이 워크숍은 한국, 대만, 일본의 동아시아 3개국의 성소수자 활동가들이 만나 각국의 성소수자 인권 상황을 전하고 보수세력의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 선동에 대항하는 활동과 경험들을 서로 공유하는 자리였습니다. 한국에서는 저를 포함하여 6명의 성소수자 인권 활동가가 참여하여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간략히 후기를 전해드립니다.

 

#1. 기조발제 혐오는 어떻게 만들어지고 전파되는가

10월 27일 아침 간단한 프레스 컨퍼런스를 진행한 후 워크숍이 시작되었습니다. 워크숍이 열린 장소는 진광교회라는, 성소수자 친화적 교회에서 진행하였는데 뒤에 십자가를 배경으로 성소수자 행사를 하는 것이 약간은 낯설기도 한편으로는 색다른 의미를 준다는 생각을 하였습니다.

워크숍 기조발제를 한 대만의 Ying Chao Kao가 흔히 보수개신교로 통칭되는 성소수자 혐오와 차별선동 그룹이 실제로 어떤 논리들을 갖고 있는지 분석하고 이러한 논리와 전략들이 어떻게 동아시아에서 널리 전파되는지를 이야기했습니다. 혐오와 차별 선동이 단순히 서구에서 전해지는 것만이 아닌 동아시아에서 다시 유럽, 미국 등지로 역수출이 되며 국경을 넘어 반성소수자진영의 논리들이 공유된다는 내용은 흥미로웠습니다.

 

#2. 각국의 경험 비슷하지만 또 서로 다른

기조발제 이후 본격적으로 대만, 일본, 한국의 순서로 각국 성소수자 활동가들의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한 국가별로 6명씩의 활동가들이 발표하는 만큼 여러 가지 다양한 배경과 경험을 가진 활동가들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많은 배움이 자리가 되었습니다.

처음으로 발표를 시작한 대만의 경우 2004년 성적지향, 성별정체성이 포함된 성별평등교육법을 제정하였고, 2017년에는 아시아 최초로 사법원에서 동성혼을 허용하지 않는 민법에 대한 위헌 판결이 나오는 등 성소수자 권리에 있어 상당한 진전을 보이는 나라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러한 진전들에 반발하여 전개되는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 선동은 한국과 비슷한 상황을 띠고 있었습니다. 성평등교육에서 성소수자에 관한 내용을 지우려 하고, 동성애와 에이즈에 대한 거짓정보를 만들어 유포하고 국제인권기구의 권고들을 왜곡하여 보도하는 등의 모습은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차별과 혐오 선동과 참으로 흡사하여 연신 고개를 끄덕이며 발표를 들었습니다.

다음으로 발표를 한 일본의 경우 역시 상대적으로 낮은 종교인구에도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혐오와 차별의 논리는 비슷한 양상을 띠고 있었습니다. 다만 일본의 경우 정치권의 보수화와 경직성, 시민운동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인 여론 등으로 대응방식은 다소 차이가 났습니다. 성소수자 친화적인 기업들과의 교류를 통한 직장 내 성소수자의 인권 개선, 지역 내 성소수자들의 가시화를 통한 각 지자체별 파트너쉽 조례 구축 등 각자 개별적인 영역에서부터 차근차근 운동을 전개해 나가는 모습들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한편으로 경제논리와 인권운동의 전략 사이에서 균형을 잡기 위해 고민하는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발표에서는 보수개신교의 역사와 현재의 성소수자 차별과 혐오 선동의 논리들, 그에 대항하여 이루어진 성소수자 운동의 다양한 활동과 연대의 경험, 커뮤니티를 통한 치유 등에 대한 이야기가 이루어졌습니다. 저는 <법제도적 측면에서 성소수자 혐오선동의 흐름과 논리들>이라는 주제로 차별금지법 및 현재의 개헌정국등을 포함해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과 혐오 선동이 어떻게 현재의 법제도에 영향을 주었는지, 그리고 그에 대응하는 성소수자 운동의 경험들을 발표하였습니다.

그렇게 워크숍이 끝난 후에는 저녁 만찬 장소로 이동하여 못 다한 이야기들을 나누었습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통츠 핫라인의 트랜스젠더 담당자와 만나서 대만의 트랜스젠더 인권 상황을 들을 수 있던 것이 큰 수확이었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사회적 합의를 이야기하는 정부의 태도, 그로 인해 막혀 있는 법제도적인 상황 등을 들으며 답답하기도 했지만, 한편으론 더욱 연대하고 함께 싸워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하는 자리이기도 했습니다.

 

#3. 마치며 혐오와 차별에 대항하기

현재의 한국사회는 가히 혐오의 시대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사회의 차별적인 구조는 점점 더 다양한 소수자들에 대한 혐오를 노골화시키고 있고, 성소수자들 역시 일상적인 혐오와 차별 속에서 살아갑니다. 그리고 이를 해결해야 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사회적 합의를 핑계 대며 차별금지법제정과 같은 분명하고 제대로 된 대처들을 하지 않고 있는 실정입니다. 하지만 이런 현실에 언제나 답답해하고 힘들어만 할 필요는 없음을, 서로가 연결되어 이야기하고 해결해나갈 길이 있다는 것을 이번 워크숍에서의 경험을 통해 배웠습니다.

이번 워크숍에서 대만과 일본의 경험을 통하여 혐오와 차별선동에 대항해나가는 방법으로서 제가 배운 것을 꼽자면 ‘교육’, ‘자기만의 언어 갖기’, 그리고 ‘연대’라 할 것입니다. 대만의 경우 2004년부터 성별평등교육법을 통해 학교현장에서 성소수자의 존재를 가르쳐왔고 그러한 인식변화가 2017년 사법원의 동성혼 결정의 밑바탕이 되었습니다. 한편으로 대만의 경우 보수세력이 주장하는 ‘전통’, ‘가정’과 같은 가치들을 새롭게 전유해서 성소수자 운동의 가치로 삼고 있었고 일본은 시장과 인권이라는 어찌 보면 모순되는 개념들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잡기 위한 활동들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 대만, 일본 모두가 각자의 나라에서 다양한 진보운동과 연대를 하고 또 이러한 워크숍을 통해 동아시아 국가, 나아가 국제사회 속에서 서로의 경험을 나누고 함께 하는 것을 통해 혐오와 차별에 대항해나가고 있습니다.

이처럼 이번 워크숍은 단순한 경험공유를 넘어 한국의 성소수자 운동에 있어서도 어떤 것들이 보완가능하고 또 어떤 전략들을 만들어내고 다른 나라들과 함께 할 수 있을지를 배우는 자리였다는 점에서 의미 깊었습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여러 성소수자 운동의 경험을 공유하고 연대를 다지는 자리가 많이 이루어지기를, 그리고 이를 통하여 혐오와 차별을 넘어 모든 성소수자들이 존중받고 행복을 누리는 사회가 만들어지기를 바라며 참가기를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