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기획_일터괴롭힘 이슈브리핑] 판례 연재(5) 비합리적인 근태관리와 일터 괴롭힘

[2018 기획_일터괴롭힘 이슈브리핑] 판례 연재(5) 비합리적인 근태관리와 일터 괴롭힘

희망법 기업과 인권팀은 일터 괴롭힘에 대한 환기를 위하여 연중 기획으로 일터 괴롭힘 이슈 브리핑을 선보입니다.
앞으로 일터 괴롭힘의 대응 방안, 판례, 입법안 등을 매달 소개할 예정입니다.

 

 

일터 괴롭힘 판례 연재(5)

 

비합리적인 근태관리와 일터 괴롭힘

 

서울지방법원 2018.6.21.선고 2017가합539658 판결

 

 

사용자가 노동자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지휘· 감독권을 갖고 있는 경우라도, 객관적인 정당성 없는 명령권을 행사하여 노동자의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였다면 이는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행위로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소개할 판례는 회사가 부당하게 노동자를 대기발령하고, 대기발령 된 상태에 있는 노동자에게 자리를 뜰 때마다 행선지와 사유, 이석시간 및 귀가시간을 적도록 하고 ‘이석(移席)장부’를 공개된 장소에 비치하여 해당 노동자를 괴롭힌 행위에 대하여, 회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사안입니다.


 

1. 사건의 개요

A 회사는 노동자 B에 대하여 대기발령 조치를 하면서 ‘대기발령 근무수칙’을 작성하여 자리를 비우는 경우 그 사유와 이석이 시작된 시간 및 귀가시간을 장부에 기재할 것을 지시하였습니다. 회사는 ‘이석 관리 대장’을 (이하 ‘이 사건 이석 장부’라 합니다) 공개된 장소에 비치하여 직원이라면 누구나 원고의 화장실 이용여부, 이용시간, 이용횟수 등을 알 수 있게 함으로써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 관한 부분까지도 공개되도록 하였습니다. 이에 B는 회사의 위 행위가 불법행위에 해당하며 따라서 A회사는 B에게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며 위자료를 청구하였습니다.

 

2. 결과

법원은 A 회사가 B에게 이석장부 작성을 지시하면서 화장실의 이용여부 및 횟수, 이석 및 귀가시간 등을 분 단위로 기재하도록 하고, 이를 공개된 장소에 비치한 행위를 불법행위로 판단하고 해당 노동자에 대한 회사의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하였습니다.

 

3. 해설

본 판결은 사용자가 노동자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지휘·감독권을 갖고 있어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자리를 비우는 경우에 보고를 명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본 사안의 이석장부 작성지시와 같이 노동자에 대한 합리적인 수준의 근태관리 방법을 넘어서는 지시나 명령은 객관적인 정당성 없는 명령이며, 근로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행위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4. 판결 요지

 

가. 사건의 경위

① A회사는 B가 개인 메일 계정 발송 등 보안규정을 위반했다며 징계절차에 회부하면서 대기발령 조치를 했고, 위 대기발령 조치를 하면서 아래와 같은 ‘대기발령 근무수칙’을 작성하여 자리를 비우는 경우 그 사유와 이석이 시작된 시간 및 귀가시간을 장부에 기재할 것을 지시하였습니다.

3. 대기발령 장소 이탈 및 이석시 보고 ※대기발령 장소: 본사 14층 사무실
가. 대기발령 장소를 이탈하거나 이석하는 경우, 사전에 반드시 이석(외출)관리 대장을 작성해주시기 바랍니다.
나. 이석(외출)관리 대장은 열람이 가능한 장소에 항시 비치해주시기 바랍니다.

② 회사는 B에게 화장실 사용을 포함하여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는 경우에 이 사건 이석 장부의 작성을 지시하였고 이석장부를 공개된 장소에 비치한 후 그곳에서 이석장부를 작성하도록 하여, 원고와 같은 층에 근무하는 직원이라면 누구나 원고의 화장실 이용여부, 이용시간, 이용 횟수 등을 알 수 있게 하였습니다.

③ B는 회사의 이석장부 작성지시에 대하여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였고, 이에 따라 국가인권위원회 성차별조정위원회의 조정기일에서 ‘이석장부 작성 중지와 B의 인권을 존중하지 않는 유사 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한다’는 내용의 조정이 성립되었습니다.

회사는 위 조정에 따라 이 사건 이석장부 작성을 중지하도록 하였으나, 다시 이석 시 구두로 보고하라는 내용의 대기발령 근무수칙을 새롭게 작성하여 B에게 이를 따를 것을 지시하였습니다.

 

나. 법원은 A 회사의 이석장부 작성지시 행위를 노동자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불법행위로 판단하였습니다

법원은 모든 국민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가지며,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가지는 바(헌법 제10조 제1문), 인간의 존엄과 가치는 모든 인간을 그 자체로서 목적으로 존중할 것을 요구하고, 인간을 다른 목적을 위한 단순한 수단으로 취급하는 것을 허용하지 아니하고,

또한 모든 국민은 행복추구권으로부터 파생되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을 갖고 있고,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아니하며(헌법 제17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부당한 침해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는 것을 분명히 하였습니다(대법원 2006.10.13.선고 2004다16280 판결 등 참조). 나아가 법원은 헌법은 인간의 존엄성을 보장하도록 근로조건의 기준을 법률로 정할 의무를 부과하고 있기도 하므로(헌법 제32조 제3항), 이러한 헌법규정 및 관련 법리에 비추어 보면,

 

사용자가 근로자에 대한 상당한 수준의 지휘 감독권을 갖고 있어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자리를 비우는 경우에 보고를 명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객관적인 정당성이 없는 명령권을 행사하여 근로자의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였다면 이는 손해배상책임이 인정되는 행위로 볼 수 있다는 점을 분명히 하였습니다.

 

법원은 본 사안에 관하여 A회사가 B에게 생리적인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화장실 사용을 포함하여 잠시라도 자리를 비우는 경우에 이 사건 이석장부의 작성을 지시하였고, 이석장부를 공개된 장소에 비치한 후, 그곳에서 이석장부를 작성하도록 하여 원고와 같은 층에 근무하는 직원이라면 누구나 원고의 화장실 이용여부, 이용횟수 등을 알 수 있게 함으로써 지극히 사적인 영역에 관한 부분까지도 공개할 것을 강제한 행위는 사용자로서 정당한 지휘 감독권의 한계를 일탈한 행위로서 근로자인 B의 행복추구권, 일반적, 행동자유권,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하는 불법행위를 구성한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다. 법원은 A회사의 이석장부 작성지시는 합리적인 수준의 근태관리방법을 넘어선 행위로 판단하였습니다

 

또한 법원은 평균적인 일반인이라면 이 사건 이석장부의 작성 및 그 내용의 공개가 그 지시를 따르는 사람에게 수치심과 당혹감 굴욕감을 느끼게 할 수 있는 것이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을 것으로 보이고, B가 그 부당성을 지속적으로 지적했음에도, 회사는 국가인권위원회에서의 조정이 성립되기 직전까지 장기간에 걸쳐 이석장부의 작성을 지시하고 이를 공개된 장소에 비치하였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A회사가 사용자로서 원고에 대한 지휘 명령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위와 같은 이석장부 작성지시는 근로자에 대한 합리적인 수준의 근태관리 방법을 넘어서는 것으로, 통상적인 근로에 있어 수반될 수밖에 없는 자리이동, 특히 생리적인 현상을 해결하기 위한 화장실의 이용에 대해서까지 이석장부의 작성지시를 정당화 시킬 수는 없다고 판단하였습니다.

 

마. 결론

법원은 A 회사가 이 사건 이석장부 작성을 지시하면서 화장실의 이용여부, 이용횟수 뿐 아니라 이석 시간 및 귀가시간 등도 분단위로 기재하도록 하였는바, 이로 인하여 B가 받았을 정신적 고통의 정도가 상당하였을 것으로 보이는 점, 이 사건 이석장부를 공개된 장소에 비치함으로써 다른 직원들이 원고의 사생활의 영역까지도 확인할 수 있는 상태에 두었던 점, 이 사건 이석장부 작성지시는 3개월 가까이 장기간 지속되었던 점, 그 밖에 피고가 이 사건 이석장부 작성을 지시하게 된 경위 등에 제반 사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보면, A회사가 B에게 배상해야 할 위자료의 액수를 2,000만원으로 정함이 상당하다고 판단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