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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까칠남녀> 폐지 인권침해·차별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지난 5월 15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는 EBS가 <까칠남녀>에서 은하선 작가를 출연정지하고 프로그램을 폐지한 것에 대해 인권침해·차별로 진정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었습니다.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외 9개 시민사회단체가 공동진정한 이 사건은 희망법 류민희, 박한희, 조혜인, 한가람 변호사가 진정대리를 하였습니다. 사건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를 전합니다.

 

EBS에서 2017년 3월부터 방영한 <까칠남녀>라는 프로그램이 있었습니다. 솔직담백한 젠더토크쇼를 표방한 이 프로그램은 젠더와 여성에 관한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고 호평을 받았습니다. 여러 차례 수상도 하였지요. 그런 <까칠남녀> 2017년 12월 25일부터 2주에 걸쳐 <성소수자 특집-모르는 형님>을 방영하였습니다.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의 김보미,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장 강명진, 섹스칼럼니스트 은하선, 트랜스젠더 변호사 박한희가 출연한 이 특집은 “성소수자에 대한 무지를 깨주었다”며 또한 호평을 받았습니다. 올해 4월에는 재차 상을 받기도 하였습니다.

ⓒ EBS 까칠남녀 방송 캡쳐

하지만 이 모든 건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EBS가 성소수자 특집을 계기로 까칠남녀를 폐지해버렸기 때문이지요. 발단은 성소수자 특집이 예고되면서부터 시작된 반성소수자 단체들의 항의였습니다. 이들은 “교육방송에서 성수사자가 나오는 것은 비교육적이다”, “성소수자들이 교복을 입어서 부적절하다”, “청소년들에게 동성애가 조장된다”는 이야기를 하며 민원을 제기하고 연일 EBS 사옥 앞에서 집회를 열었습니다. 특집이 방영된 후에는 고정 출연자 중 바이섹슈얼임을 밝힌 은하선 작가를 상대로 집중적인 비방과 하차요구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EBS는 아마 이런 상황을 예상하지 못하였을지도 모르고, 여러 가지 방법을 고민했을 것입니다. 노골적인 성소수자 혐오에 당당히 맞서기, 굳이 대응하지 않고 방송을 지속함으로써 의지를 보여주기, 성소수자 특집 2부를 만들기 등등. 하지만 EBS는 최악의 선택을 합니다. 특집이 방송되고 얼마 안 지난 2018년 1월 13일, 은하선 작가는 출연진으로부터 하차를 통보당합니다. “사태가 커지는 것에 EBS가 부담을 느끼고 있고 하차하는 게 좋겠다”는 이유에서였습니다. 너무나도 부당한 이 하차에 다른 출연자인 손아람, 손희정, 이현재는 항의를 하고 녹화를 보이콧합니다. 그렇게 <까칠남녀> 녹화는 중단되었고 결국 EBS는 해결책을 찾지 않은 채 마무리방송도 하지 않고 사실상 폐지형태로 <까칠남녀>를 조기종영합니다. 그렇게 젠더, 여성, 성소수자 인권에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었던 프로그램은 최악의 형태로 끝이 났습니다.

 

EBS의 이런 행동은 스스로가 만든 가치를 저버린 것일뿐더러 관련 법령의 책무를 저버린 행위입니다. 「방송법」과 EBS 「방송편성규약」은 모두 방송은 공정성, 공익성, 소수자 인권보장, 차별금지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방송의 공정성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양한 집단이 나오고 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미디어 다양성이 특히 중요합니다. 하지만 EBS는 그동안 거의 다뤄지지 않은 성소수자들을 전면 출연시켜 다양성의 본보기를 보여줬음에도 이에 대한 성소수자 혐오에 대해 어떠한 대처도 하지 않은 채 프로그램을 폐지해버렸습니다. 이를 통해 EBS가 시청자들과 다른 방송들에 준 메시지는 분명합니다. “성소수자가 방송에 나오는 것은 아직 이르다”, “성소수자를 다루는 방송을 만들면 안 된다”

ⓒ 오마이뉴스

이처럼 EBS의 은하선 작가 출연정지와 <까칠남녀>의 폐지는 교육공영방송으로서의 책무위반이자, 성소수자 혐오에 동조해 이루어진 은하선, 손아람, 손희정, 이현재에 대한 차별행위이자 인권침해입니다. 이에 진정인들은 EBS를 규탄하며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였습니다.

 

EBS는 이 진정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합니다. 까칠남녀 성소수자특집 말미에 출연자 사유리는 이렇게 말합니다. “7년 전 성소수자 특집을 하자니 손사래 쳤었는데, 드디어 하게 됐다”고. 이 말이 공허하게 끝나지 않도록, 또다시 7년을 기다려야 하지 않도록 국가인권위원회는 철저하고도 신속한 진상 조사를 통해 EBS에 재발방지 대책을 권고하고, EBS 역시 공영방송으로서의 자신의 책무를 명기하기를 바랍니다. 희망법은 진정대리인으로서 계속 함께 싸우며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